▒ 부안땅에 평화와 안녕을,.. 대안없는 정부, 현실을 직시해라! 오늘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핵폐기장을 둘러싼 정부와 부안 주민과의 대립이 수개월이 지나면서 대단히 위험스러운 극단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부안지역 상황을 두고 “민란”이니 “계엄”이니 하는 섬뜩한 말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평행선으로 달리는 이 대립의 결과를 매우 염려하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합리적인 결정의 기대를 모았던 정부와 부안측의 대화기구 조차 “주민투표” 방안에 합의하지 못함으로서 다시금 원점으로 회귀하고 말았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부안 핵폐기장 평화적 해결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 촉구 2천인 선언 ![]() 그러나 상황은 훨씬 더 증폭되어 성난 주민과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이제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고 있는 듯 합니다. 이에 예측되는 더 큰 피해를 방지하고 정부의 슬기로운 해결방안을 촉구하기 위해 긴급히 사회 각계 각층의 1천인 선언에 이르렀습니다. 정부는 핵폐기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갈등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고 있는 것은 4천만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다운 모습이 아닙니다. 정부는 유일하게 부안군수의 유치신청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부안군 의회의 부결과 절대 다수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유치신청의 의미는 주민 다수의 동의와 지지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군수 개인의 결정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며, 따라서 정부는 원점에서 이를 재고함이 마땅합니다. 그러함에도 수개월간 생계를 포기하고 저항하는 주민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과도한 공권력에 의존함으로서 현재에 같은 파국을 자초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주민들이 즉각 백지화의 주장에서 한 발 양보하여 주민 총의를 확인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주민투표 연내 실시”를 수용한 것은 물리력으로 해결하지 않겠다는 성숙한 주민의식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못한 정부의 태도는 비난받아야 합니다. 지금도 초겨울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앉아 촛불을 들고 간절히 염원하고 있는 아이들, 노인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정부가 이해한다면 하루속히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수개월간 해결 진전이 없음으로 인해 주민들이 받고 있는 정신적․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생계를 포기하다시피하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다수 주민들의 경제적인 고통도 이해합니다. 평화로운 마을에 갑자기 불어닥친 “핵폐기장”의 논란에 공동체가 붕괴되고 생존권을 위협당한 부안주민이 정부를 불신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더 이상의 불상사를 막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주민 모두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왕지사 주민들이 양보하여 “주민투표”를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경찰과의 충돌로 인한 주민피해가 없는, 평화로운 해결책을 선택해주시길 간곡히 요청합니다. 현재 사태의 긴박함과 심각성을 깊이 공감하며 [부안핵폐기장 주민투표 중재단]이 11월21일 구성되어 부안 핵폐기장의 평화적인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재단 활동을 적극 지지하며 정부가 하루속히 주민투표 중재안을 수용하여 부안사태의 조속히 마무리를 위해 협조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이를 위해 과도한 경찰력을 즉각 철수시키고 주민들의 의사가 평화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오늘 이 선언에 참여한 각계의 대표들은 부안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예기치 못한 사태발생을 우려하고 평화적인 해결을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노무현 정부의 부안 핵폐기장 평화적 해결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 촉구 2천인 선언인 일동 김지하시인, 고은 시인. 박경조 녹색연합 공동대표, 백낙청 서울대교수, 강원룡 평화포럼 이사장 등이 참여한 2000인 선언이 있었고, 이중 최성각 풀꽃평화연구소 소장님의 발언을 옮겨 담았습니다. “11월 23일 부안에 다녀왔습니다” (최성각/풀꽃평화연구소) ![]() 안녕하십니까? 풀꽃평화연구소의 최성각입니다. 어제께, 11월23일 부안에 다녀왔습니다. 2003년 11월 23일(촛불시위 120일째), 부안은 이제 민란을 거쳐, 실제적으로 계엄령이 내려진 것과 같은 상황에서 철저하게 훈련받은 무장된 국가폭력과 촛불 한 자루를 든 비폭력 시민과의 극한대립 상태였습니다. 낮에는 불안 속에서 그나마 일상생활이 간신히 영위되고 있었으나 해가 떨어지기 바쁘게 사람들은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부안성당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수협 앞 민주광장에 매일같이 설치되었던 반핵연단이 포크레인에 의해 강제 파괴된 이후, 존중받아야 할 최후의 성지 부안성당으로 부안읍민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상가는 철시되고, 청소년, 청장년, 노인들이 한 사람씩 모여 성당 앞에서 촛불 한 자루씩을 들고 모여들고 있습니다. 풍년제과 주인도, 농협앞 원조뼈다구탕 아줌마도, 예삐꽃방 아저씨도, 베베스튜디오 사진사도, 신포우리만두집 아줌마도, 동원냉동설비집 주인장도 부안성당으로 모여듭니다. 그 보다 먼저 읍내의 모든 도로와 골목은 까마귀떼라고 불리는 전투경찰로 삼엄하게 점령되었습니다. 차가워진 겨울바람에 노란 반핵기가 부안의 밤거리를 을씨년스럽게 펄럭이고, 성당에서 울려펴지는 ‘핵없는 세상, 에너지정책 전환하라’는 소리가 절규처럼 메아리칩니다. 간혹 무리를 지어 성당으로 향해오던 사람들은 가끔 발걸음이 원천 봉쇄되고 그 소식을 들은 부안성당의 주민들은 피맺힌 함성으로 주민들의 통행권을 소리쳐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로 단식 열이틀째를 맞이한 우리 시대의 행동하는 성직자, 문규현신부님은 “투입된 국가폭력과 시민의 인구비율로 볼 때 80년 신군부 학살정권이 광주에 투입한 병력보다 더 많은 비율의 병력을 참여정부가 현재 부안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안읍민 2만3천명에 무장경력 8천명. 남녀노소 다 합해 주민 8명꼴에 무장경찰 1명이 투입되었습니다. 그 숫자는 노인과 어린이를 빼면 주민 한 사람에 무장경찰 1명꼴입니다. 23일 현재 누대에 걸쳐 폭력을 모르고 살아왔던 평화롭던 부안읍내에 투입한 8천명의 병력으로도 모자라, 정부는 23일 현재 4천명의 병력을 더 투입했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문신부님은 “시민들의 국가폭력에 맞서 최후의 자위책으로 든 곡괭이와 삽이 어떻게 잘 훈련된 국가폭력에 맞설 수 있겠는가, 누가 정말 폭력의 주체인가? 날카로운 알류미늄 방패에 부녀자의 허벅지 살점이 찢겨나가고 곤봉에 노인의 머리가 깨어지고 있는 마당에 성직자로서 몸을 던져 단식기도를 할 도리밖에 없지 않겠는가?”고 묻고 있었습니다. 문신부님은 또한 “대한민국에 태어나 우리 모두 욕 본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습니다. 단식 11일째, 굶는 일보다 폭력정권에 대해 입을 벌려 설명해야 하는 일이 더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이 시간, 문신부는 참여정부와 국민여러분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작성하고 계십니다. 오후 4시. 바로 전날 집회로 체포된 부안대책위 교육실장 조태경씨와 새만금기념관 방화준비 혐의로 체포된 김영표씨를 부안경찰서에 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