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 박재현기자 parkjh@kyunghyang.com 댓글 6 ㅣ 29 ㅣ 3 ㆍ늪지·여울 없애는 삽질… 강물 자정력도 잃는다 ㆍ보 설치땐 곳곳이 ‘고인 물’… 상수원 오염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사업 목적으로 물부족과 홍수 피해 예방, 수질 개선, 일자리 창출과 지역발전을 들고 있다. 이를 위해 22조2000억원이라는 예산이 투입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내 완료라는 ‘실적 제일주의’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제성 검토, 환경 영향평가 등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4대강 살리기는 거꾸로 4대강 죽이기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4대강 사업의 허실을 현장 취재를 통해 점검한다. 강 끼고 한쪽은 ‘생태’ 한쪽은 ‘개발’ 4대강 사업이 예정돼 있는 경기 여주군 강천면 이호리의 강변. 강물을 사이에 두고 자연 그대로인 한쪽과 제방 공사가 진행 중인 반대쪽 모습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강윤중기자 지난 16일 경기 여주군 여주읍 단현리 여주보 건설예정지. 최근 내린 많은 비로 진흙을 머금은 강물은 달뿌리풀 등으로 뒤덮인 넓은 습지 옆을 지나고 있었다. 정부의 4대강 계획에 따르면 이곳에는 강 양쪽의 야산 사이를 연결하는 높이 8m의 보가 건설된다. 현재의 평상시 수위보다 5m나 높다. 수평선이 보일 정도로 넓은 강줄기에 거대한 인공구조물이 설치되는 것이다. 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갔다. 구부러졌다 펴졌다를 반복하던 물살이 갑자기 빨라졌다. 여울이었다. 강물 속에서 바닥이 급경사를 이뤄 물살이 빨라지는 여울은 강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여주보 건설 예정지에서 자동차로 15분 남짓 걸리는 곳에서 강물은 다시 한 번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여주군 금사면 이포리에 6m 높이의 이포보가 지어지기 때문이다. 이 강물은 양평군 양수리 두물머리 근처에서 북한강과 합류, 팔당호로 흘러들어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인다. 시민단체들은 4대강 사업이 식수원을 ‘썩은 물’로 바꿀지도 모른다며 우려한다. 물의 정화작용을 해주는 늪지, 바닥과 부딪치며 흘러 산소를 공급받게 해주는 여울이 준설작업으로 모두 없어지면 수질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여주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충주댐에서 팔당댐에 이르는 남한강 물줄기는 늪지와 여울을 지나면서 생명력을 얻는다”면서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은 이런 여울과 늪지를 대부분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준설작업과 함께 곳곳에 들어서는 보(洑)는 강을 거대한 호수로 변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에는 한강에 이포보·여주보·강천보 등 3개의 보를 설치하게 돼 있다. 이포보는 여주군 이포리 이포대교 근처에, 강천보는 강천리 가야리에, 여주보는 여주읍 단현리 백섬리섬 인근에 세워진다. 또 남한강의 여주군 일대 114㎞ 구간에서 5000만㎥를 준설하기로 했다. 민경석 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난 2일 국회 토론회에서 “4대강에 16개 보를 설치하면 체류 기간이 10일 이상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낙동강에 보 11개가 설치되면 보 사이에서 물이 체류하는 시간이 11~39일에 달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경우 보와 보 사이는 사실상 ‘호수’가 된다. 미국과 일본은 물의 체류시간이 각각 7일, 4일 이상이면 호수로 규정한다. 이는 곧바로 수질악화로 이어진다. 우선 강바닥 준설은 오·탁수를 발생시켜 영양물질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부영양화를 초래한다. 여기에 느려진 물의 흐름은 녹조·갈조 등이 번식하기 쉽게 만든다. 실제 곡릉2보가 있던 한강하구 곡릉천의 수질은 2005년 보 철거 이후 3급수에서 2급수로 개선됐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낙동강 하천기본계획 사전환경검토 사항을 보면, 보 설치와 준설에 따른 수질 변화를 예측하지 않았고, 취수장 운영에 오·탁수 발생에 대한 영향평가를 하지 않았다”면서 “식수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5월 완료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따른 수질 예측’ 결과에서도 팔당댐의 총인 수치가 악화되고, 원주의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이 높아지는 등 여러 구간에서 수질이 나빠지거나 제자리일 것으로 예측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4대강 사업의 목표 중 하나로 수질개선을 들고 있다. 보를 설치하고 준설을 통해 물을 많이 확보하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준설 공사 때에는 우회수로, 임시제방, 오탁방지망, 침사지 설치 등을 통해 오염을 최소화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탁수발생 시 정수장의 여과속도 감소·응집제 주입률 조정 등으로 먹는 물 공급이 지장받지 않도록 하고, 보 설치에 따른 수위변동과 준설로 개·보수가 필요한 취수장은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환경단체 간의 ‘먹는 물’ 논쟁은 4대강 사업이 본격화할수록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4대강 사업이 먹는 물의 안전을 놓고 벌이는 도박장으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여주 | 박재현기자 parkjh@kyunghyang.com> ini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