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세계 환경의 날이 지나자마자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는 부산시의 낙동강하구 을숙도를 관통하는 명지대교 건설계획을 승인하였습니다. 세계 최고 자연습지의 하나인 낙동강하구의 핵심지역을 관통하는 다리건설사업을 허가한 것은
1. 정부와 부산시의 환경에 대한 천박한 인식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 수치스런 일입니다.
정부와 부산시는 신이 내린 축복의 땅, 동양최대의 철새도래지으로 정부가 문화재보호법, 습지보전법 등 5개 법으로 중복 지정하여 보호하는 세계 최고의 자연습지의 하나인 낙동강하구의 핵심지역을 가로지르는 다리건설계획을 승인하였습니다. 서울은 청계천도 복원한다는데 우리는 세계인이 감탄하는 소중한 자연유산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2. 명지대교건설은 타당성 조차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문화재보호법과 습지보전법에서는 공익상, 군사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호지역 안에서의 어떤 개발행위도 용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산시의 명지대교는 공익상, 군사상 불가피한 경우에 전혀 해당하지 않습니다. 설사 다리가 만들어지더라도 명지대교는 세계 최고의 습지 하나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 교통문제의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부산시가 주장하는 해안순환도로망은 언제 완성될지 기약이 없습니다. 명지대교와 접속되는 도심통과 노선은 아직 그 계획조차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기본 자료인 인구예측치는 물론 예상 교통량 조차 93,600대(2006년 기준/2001년)에서 36,379대(2009년 기준/2004년 8월)로 감소하는 등 기본 타당성 조차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3. 온 국민이 함께 지켜야할 세계적 자연유산을 파괴하는 반환경적 행위입니다.
명지대교는 환경적으로 예민한 곳을 우회하였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낙동강하구의 가장 핵심지역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직선안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다리로부터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불빛과 거대한 구조물은 수천의 고니가 이용하는 을숙도 남단갯벌은 물론이고 다리가 접속되는 명지갯벌 등 내륙부에 위치한 가장 중요한 서식지에 치명적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163억원이라는 혈세를 투입한 생태공원이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세계인의 감탄을 자아내는 한국최고의 자연자산을 상실하게 됩니다.
4. 시민부담을 강요하고 부패한 정치가와 기업가의 배를 불리는 일입니다.
명지대교는 결코 부산시민의 편리를 위한 다리가 아닙니다. 민자다리를 만들지 않고도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는 비싼 통행료와 수천억의 혈세를 쏟아 붓는 다리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명지대교는 낙동강하구 일원에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짓고 있는 롯데와 무상사용기간 30년, 예상수익률 8.79%(실질)의 고수익을 보장받은 민자참여기업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낙동강하구살리기시민연대는 한국최고 자연자산의 운명을 이처럼 무책임한 행정기관의 처분에 그대로 맡겨놓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지난 6월 13일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사법부에 신청한바 있습니다. 또한 전국의 환경단체들과 함께 습지보호법과 낙동강하구 을숙도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은 6월 중순부터 청와대 앞에서 명지대교건설계획의 취소와 문정호낙동강유역환경청장의 해임을 요구하며 무기한 1인 시위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전국),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전국), 습지와새들의친구 등 전국 60여개 단체로 구성된 낙동강하구살리기시민연대도 이제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타당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부산시의 명지대교건설사업으로부터 한국최고의 자연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총력 투쟁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활동을 1차로 기한없이 펼쳐 나가게 됩니다.
o 부산시청 앞 1인 시위(월~금, 오후 6시 ~ 7시)
o 수요촛불집회(오후 7시~8시, 서면쥬디스백화점 앞)
o 토요낙동강하구을숙도생명학교(매주 토요일 오후)
o 10만인 청원운동(1차)
자연파괴를 담보로 하는 개발독재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세계 최고의 자연 습지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대규모 토목사업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구하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수치스러운 일로 미래세대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정부와 부산시가 낙동강하구가 가진 세계적 자연자산의 가치를 인식하고 명지대교건설계획을 취소할 것을 촉구하면서 전국의 환경단체들과 함께 또 국제습지보호단체와 함께 낙동강하구 을숙도를 지키기 위한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널리 보도해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우리 삶의 토대가 지켜질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2005년 7월 3일
낙동강하구살리기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