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중요성

2011년 11월 30일 | 자료집

<출처 : 해양과학교실>

정지용 시인의 연작시 ‘바다’에는 이렇게 감각적으로 포착된 바다가 있다.

“유리판 같은 하늘에/바다는 속속 드리 보이오/ 청대잎 처럼 푸른/바다”

그러나 시인의 눈에 가득 찼던 그 순결한 바다의 모습을 찾아서 우리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면, 적지 않은 고민을 해야만 한다. 장소를 잘 선택하지 않으면 엉뚱한 바다를 만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섣불리 발을 잘못 들여 놓으면 쓰레기가 끝없이 널려 있는 해변과 더러운 바닷물을 발견하게 될 지 모른다.

검붉은 바다
해양오염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마산만은 우리의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는 푸른 바다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검붉은 피를 놓은 듯한 거무튀튀한 바닷물은 가히 충격적이다. 발목을 담그기에도 꺼림 직한 물살….. 불과 30년 전만 해도 마산에는 가곡 ‘가고파’에 나오는 내 고향 남쪽바다의 파란물이 넘실되고 있었다. 사람이라면 식물인간으로 숨만 붙어 있는 정도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우리의 바다가 모두 마산만처럼 썩어 버린 것은 아니다. 바다는 그 어마어마한 덩치만큼 무던하게 고통을 참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웬만큼 맞아서는 끄덕도 없는 맷집 좋은 권투선수처럼 상당한 오염의 압박에도 쉽게 아픈 표정을 짓지 않는다. 바다가 어머니를 닯은 것은 드넓은 포용력과 어떠한 고통도 감내해 내는 인내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닮은 바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바다는 육상 오폐수의 유입, 간척과 매립, 해양 투기, 잦은 기름 유출사고 등으로 연안에서부터 서서히 생명력을 잃어 가고 있다. 외해와 잘 섞이지 않은 내만이나 항만에서부터 오염의 영향은 차츰 가시화 되고 있고, 계속되는 매 앞에 장사가 없듯이 한계를 넘는 과도한 오염부하로 연안해역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사정이 이런데도 바다오염은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일반 국민들은 바다의 오염을 대기나 식수의 오염만큼 급박한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더러운 강물을 안타까워하며 식수를 걱정하는 사람도 그 오염된 강물들이 쉬지 않고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못한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먹을 물과 마실 공기와 삼킬 음식 걱정을 하는 사람들조차 바다오염은 자신과 무관한 일처럼 여기고 있다.


모든것은 바다로 간다
전세계의 바다로 유입되고 있는 오염물질의 약 80%는 육상으로부터 기원된 것이다. 육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인간 활동은 궁극적으로 해양오염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육상에서 버리는 생활오수와 공장에서 흘려버리는 폐수는 결국에는 모두 바다로 들어간다. 비료와 농약들도 물에 섞여 바다로 유입된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비가 내려 먼지와 오염물질을 모두 씻어내고 나면 시야가 밝아지고 공기는 상쾌해 지는데 이는 대기 중에 있었던 오염물질이 모두 강을 통해 바다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강물을 통해 바다로 들어가는 오염물질 외에도 굴뚝이나 자동차, 배기통, 소각장 등에서 나오는 다이옥신 또는 납과 같은 많은 독성물질들의 상당량이 대기를 통해 바다로 유입되기도 한다.


바다오염의 주범은 육상
전세계 각국은 육상으로부터 유입되는 각종 오염물질들을 통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충분한 오폐수 처리능력을 갖추고 잇는 선진국에서조차 육상으로부터 들어오는 오염물질들을 줄이는 것은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로 꼽힌다.
공장폐수와 같은 점오염원(point source)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게 된 선진국의 경우에도 농지나 거리에서 흘러 들어가는 비점오염원( nonpoint source)을 줄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지사용 특성에 큰 영향을 받는 비점오염원을 줄이지 못하면 수질을 어느 수준 이상으로 개선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80년대 이후의 일이다.

현재 해안선에서부터 60km 이내의 연안 지역에는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다. 따라서 연안 지역의 개발은 해양오염의 중요한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임해공단의 건설과 도시의 발달, 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주변해역에 대한 오염부하를 크게 증가시키게 마련이다. ‘연안역 통합관리’라 부르는 새로운 분야가 생겨날 정도로 연안 지역의 개발과 보전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해양자원이 줄어드는 것을 막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합리적인 자원이용 정책을 수립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연안지역이 이미 파괴되었고, 습지가 사라져 해양생물들의 서식처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사라지는 서식처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땅을 넓히기 위해 무분별하게 간척과 매립을 일삼은 결과, 생태계의 보고인 갯벌과 하구가 사라지는 재난이 발생했다. 아직까지 이러한 서식처 파괴가 우리 나라의 수산자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개발론자들이 마구잡이로 파괴해 버린 그 천혜의 서식처들이 얼마만큼 귀중한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게 될 즈음에는 다시는 그 귀중한 것들을 회복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은 해양 오염하면 기름 유출사고를 제일 먼저 떠올린다. 해저유전의 시추나 기름의 해상수송에 따른 유출사고는 피할 수 없는 것이어서 전세계의 바다에서는 수만 톤의 기름이 쏟아져 나오는 대형 유출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는 수만 톤 이상의 대형사고가 한번도 발생한 적이 없지만 만약 서해나 남해에서 대형 유조선이 충돌하거나 좌초하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연안은 완전히 기름 범벅이 되고 말 것이다. 씨프린스호 사고는 이러한 위험이 우리에게도 상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기름사고로 엄청난 수산 피해가 나거나 적조(赤潮)로 어패류가 떼죽음을 당할 때에만 사람들은 잠시 바다의 오염을 걱정한다. 패독이나 비브리오로 사람이 죽거나, 수산물 중에 유해물질이 농축되어 있다는 보도가 나갈 때만 잠시 바다는 주목을 받는다. 남해안에서는 양식굴 채묘가 되지 않고, 예전에는 잘 잡히던 고기들이 사라져 버려도 바다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물고기가 없는 바다
바다는 인류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바다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상당량 흡수하고 있다고 추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는 지구 기후의 변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엘니뇨는 세계 곳곳에 폭우를 내리게 하고 태풍의 경로를 변화시켜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홍수가 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극심한 가뭄이 초래되어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는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바다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자원을 보전하는 것은 우리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물고기가 없는 바다’는 과장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세계가 눈앞의 이익 때문에 지속 가능한 어업을 등한시한다면 머지않아 우리는 계속 텅빈 그물만을 끌어올리게 될 것이다.

바다는 유한하다. 바다는 무궁무진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돌보지 않으면 그 그릇은 이내 텅 비어 버릴 것이다. 이 책에 실려 있는 글들은 바다를 지키고 바다를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줄 것이며 바다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이고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일깨워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