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 생명평화기원

2004년 6월 16일 | 활동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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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숙도 그 옛날 영화

                        박남준

옛날 영화에서 봤다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애국가가 울려날 때
허공을 가르며 비상하는 새떼,
새떼들의 을숙도 그 푸른 날개 짓을 기억한다
을숙도에 와서 본다
낙동강 1,300리 태백의 황지에서부터 흘러온 물길이
을숙도의 낙동강 하구언에 와서 갈 길을 잃는다
길이 막혔다 숨이 막힌다 안간힘으로도 넘어갈 수 없다
갇혀죽은 물들의 주검들 떠돌며 맴도는 낙동강
너른 바다가 되지 못하는 낙동강물이여
죽음의 검은 강물에 새들 어찌 깃들 수 있을까
나 여기까지 걸어 온 사람의 길이 있듯이
저 하늘에도 분명 건너가고 돌아오는 새들의 길이 있을 것이다
새떼들이 돌아오지 않는 하늘은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그 땅은 버려진 땅, 버림받은 하늘이다
무섭고도 끔찍하다 을숙도의 하늘에는 왁자지껄
노랑머리 스피커들의 소음들
새들의 노래가 발붙일 곳 없다
이제 더 이상 영화관에서는 애국가를 틀어주지도 않는데
갯벌과 수런거리는 갈대와 새떼들의 을숙도에는
검은 아스팔트와 시멘트 건물과
쓰레기 매립장과 질주하는 차량들의 매연들 야금야금
좀먹으며 파먹으며 목을 죄어오는데
70미리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와일드 스크린
내 어린 날의 삼류극장 자주 필름이 끊기고 궂은 비 내리는
화면을 가득 메우고 날아오르던 새떼들
지금은 어느 하늘을 떠돌까
을숙도에 와서 자꾸 을숙 을숙,
그 새들의 안부가 궁금하고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