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일배 둘째날
맑은 토요일, 삼보일배 둘째날이다.날씨는 맑고 쨍쨍한 가을햇살로 둘째날이 열렸다.
첫날의 삼보일배의 피로함에도 불구하고 스님들은 가뿐하게 둘째 날 일정을 시작했다.
첫날 보다 좀 더 힘 있어 보인다. 선방을 나와 거리에서 이어지는 스님들의 정진력은 변함이 없다. 범냇골 로타리-서면-양정로타리-부산시청까지 스님들의 행렬은 번화한 토요일 도심가를 천천히 통과했다.
부산시청앞, 내원사 대중스님들은 삼보일배를 잠시 멈추고 광장에 가부좌하고 앉았다. 지난 겨울, 지율스님이 38일간이라는 기록적인 단식을 했던 곳. 천성산의 생명들의 말을 세상 사람들을 향해 당신의 목마름으로 배고픔으로 전했던 곳. 어디 그 뿐인가? 40일 동안 3천배 기도를 이어왔던 곳이기도 하다. 천성산의 생명들을 대신한 지율스님의 절절한 마음이 곳곳에 스민 곳이기에 내원사 대중 스님들의 마음은 남다르다. 부산시청앞 나무그늘에 가부좌하고 앉은 스님들의 모습에 지난 시간들이 바람 되어 스님들의 가사를 스치며 지나갔다.
-이 생명 사랑의 바람, 저 거리를 오가는 무심한 사람들의 옷깃을 스치고
마음 깊은 곳에 불어가게 하소서.-
다시 부산 시청앞을 출발- 연산로타리-교대-동래역으로 이어지는 오후 일정에 문제가 생겼다. 앞에서 길잡이가 되어주던 경찰차의 에스코트가 갑자기 없어진 것이다. 교차로를 지날 때마다 스님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연산로타리를 지난 후, 스님들의 삼보일배 행렬은 멈추었다.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육상 경기 때문에 삼보일배를 에스코트할 차량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시경에서 에스코트를 하지 말라고 했다는 후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에스코트 없이 자체 차량 통제로 위험을 감수하며 삼보일배가 계속됐다.
둥! 둥! 둥!
북소리가 가슴을 친다.
거리를 오가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스님들의 삼보일배 행렬에 눈길을 보낸다.
차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은 보아야 할 것들을 보지 못하고 쌩쌩 스님들의 행렬을 지나쳐간다. ‘빠름’ 때문에 못 보게 되는 것들. ‘빠름과 편리’ 때문에 우리가 외면한 것들. 그 여리고 말없는 생명들의 얘기, 그것이 스님들이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얘기다.
듣지 못하는 무뎌진 귀을 여는
보지 못하는 어두운 눈을 뜨게 하는 북소리가 마음을 울린다.
동래역.
둘째 날 삼보일배 일정이 오후 5시 30분경 마무리됐다.
일정이 끝나고 그늘에 앉은 스님들의 얼굴이 밝다. 장난스레 사진을 찍은 스님들도 있다.
하루 종일 땅에 엎드려 절하며 느꼈을 고통도, 갈증도 스님들의 마음엔 남아있지 않은 듯. 오히려 주위 사람들을 격려한다. “북치는 처사님! 파이팅!”
환하게 웃는 스님들의 얼굴이 눈부셨다.
**삼보일배에 함께 할 자원봉사자 여러분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초록의 공명 티를 갖고 계신분들은 행사에 필요하니 삼보일배
행사장으로 가져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문의:011-9306-8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