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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일의 단식은 한 낮의 꿈이었나. 정녕 내가 꿈꾸는 세상은 모두 반대편에만 있으니, 돌릴 수 없는 불가항력의 일이던가. 또 다시 30일을 넘겼다. 이번에는 하루 3000배이다. 4대 성직자의 삼보일배 수행이 한국 시민사회의 감동이었다지만, 3000배 수행은 지나치는 이 없이 쓸쓸하기만 하다. 묵묵히 두 손 모아 합장하고, 머리 숙여 무릎까지 닿을 뿐이다. 그저 말없는 생명존재에 대한 대답 없는 약속 때문에…
지난 2월 5일 지율스님은 무기한 단식에 들며, 천성산의 개발을 통해 순결을 잃어가는 누이의 풀어 헤친 옷고름이 떠올라 한없이 탄식했었다. “어떤 사람은 현대문명이 달려가는 것을 대자연의 임종식을 지켜보는 것 같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옷고름을 풀어 헤친 누이를 보는 것 같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의 국토를 바라보는 일이 가족을 잃은 슬픔과 순결을 잃어버린 어린 누이를 보는 것처럼 느끼는 것보다 더 큰 슬픔과 안타까움은 없을 것입니다.”
이제 그는 병든 다미엥(SICK DAMIEN)이다. 한센병 환자를 돌보다 그 자신도 병에 걸려 죽은 영원한 다미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