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리 오백리 천릿길이 되더라도

2003년 6월 4일 | 활동소식

– 새만금 갯벌 보존을 위한 삼보일배의 순례에 부쳐

                                                                                                       신경림






갯벌 속에서 고운 숨을 쉬는 작은 것들을 위하여
그 작은 것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것들을 둘러싼 맑고 깨끗한 하늘과 바다를 위하여
한 발짝 또 한 발짝 다시 한 발짝


우리들의 이 지나친 욕심을 버리자고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너무 편하게 살겠다는
이 그릇된 이기심을 버리자고
온몸을 땅에 붙여 크게 절 한 번


갯풀 덮인 갯벌 그게 바로 우리들 삶의 터전이다
얼마나 아름다우냐 저 바지라기며 갯지렁이들
사라져서는 안 된다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
한 발짝 또 한 발짝 다시 한 발짝


내 땅을 지키자고 깨끗하게 지키자고
내 손주와 손주의 손주까지 살 내 땅 위의
햇빛과 바람과 비와 이슬을 아름답게 지키자고
온몸을 땅에 붙여 크게 절 한 번


삼백예순다섯 날이 걸리더라도
백리 오백리 천릿길이 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