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청 앞 지하도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집을 잃은 많은 노숙자들이 있습니다. 농성천막의 뾰족 끝점을 중심으로 그래도 우리는 하늘 아래 잠자리가 있습니다. 내원사 지율스님 단식농성 8일째, 천막철야농성 2일째. 자정이 다가오는 시간, 지율스님,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구현위원회 윤희동신부님 사이로 부산녹색연합 손유정 간사님이 자리에 누웠습니다. 밖은 한잔 얼큰한 취객들의 과음소리, 자동차와 오토바이 엔진소리, 그리고 며칠 전 지하철 시청역에서 ‘로또’라 외치며 투신자살한 망자의 목소리가 짬뽕으로 뒤범벅입니다. 한밤 천막 안에서 느끼는 도시는 다양한 소음의 경연장입니다. 천막 바닥의 스티로폼 위로 귀를 가만히 붙여대고 땅의 진동을 느껴봅니다. 귓속 고막을 통해 지진 같은 소음이 얼얼하게 머리를 두드립니다. 뭔가 기운이 동하나 생생하고 맑지가 못합니다. 자연과 생명의 기운은 느끼기 힘든 탁한 밤입니다. ![]() 원효의 『기신론』을 읽고 발심하셨다는 내원사 지율스님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단식을 시작하셨습니다. 「금정산,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 백지화 공약실현을 위한 단식농성」입니다. “내 산 지키자고 다른 산 죽일꺼냐”고 말씀하시며, 고속철도의 대안은 “백지화뿐”임을 강조하십니다. 부산시청 앞에서 매일 아침 8시 30분, 생명사랑 실천기원의 마음으로 참회기도 108배를 올리고 있습니다.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일반시민들이 지율스님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맑고푸른시민연대’, ‘습지와새들의친구’, ‘금정산지킴이’, ‘민주노동당’, ‘환경운동연합’, ‘환경을생각하는불자모임’, ‘물만골공동체’, ‘불자산악회’ 등이 힘을 모았습니다. 내원사 대중스님 40여분이 반야심경을 외고, 동참기도법회 300배를 올렸습니다. 지율스님이 직접 촬영하신 금정산·천성산 생태사진 50여점도 내걸었습니다.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윤희동 신부님도 단식농성에 동참하셨습니다. 대활스님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달리기뿐”이라며 부산역에서 시청 앞까지 마라톤을 농성을 하신답니다. ![]() 지난 10일, 철야단식하겠다며 지율스님께서 부산시청 앞에 천막을 치려고 준비하였습니다. 순간 부산시청 경비원 40여명이 달려들어 순식간에 천막을 해체하였습니다. 일주일 간 단식하며 기운 없던 지율스님이 천막에 매달려 한줄기 눈물을 보였습니다. “싸우지들 말아요, 생명은 모두가 소중한 것입니다.” 현재 지율스님께선 조금씩 탈진증세를 보이고 계십니다. 이번에 단식으로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시면 곧장 서울로 달려가신답니다. 정부부처건 환경단체건, 무엇이든지간에 천성산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랑스레 달고 있는 ‘환경’의 간판을 걷어치운다 말씀하십니다. 천만 다행입니다. 우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