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도는 부산의 입구입니다. 뭐 그렇다고 구서동 톨게이트같은 건 아니구요, 사람없는 바위섬 여섯개가 이기대 인근 , 바다로 열린 부산항의 입구에 모여있습니다. 부산항으로 입항하는 선박이 맨 처음 보는 끝자락입니다. 뭣보다 등대가 있으니 길을 잃지 않으려면 집중해서 기억(?)해야 합니다. 물이 드나듦에 따라 눈에 보이는 섬의 갯수가 다릅니다. 가끔 다섯개, 혹은 여섯개. 그래서 이름이 오륙도입니다.
대단할 건 없지만, 나름 부산의 아이돌이기도 하고 무인도이니 만큼 사람을 피해 들어온 매(환경부 멸종위기종 1급)나 가마우지 등도 살고 있습니다. 섬 주변에 이런저런 희귀 수초들도 많이 붙어있죠. 전라도 남해라도 간다면 암초도 아니고 섬도 아닌 이런 무인도들이 한가득이지만, 그래도 부산에는 오륙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륙도의 존재감을 야간에도 시민들에게 느끼게 해주겠다고 부산시가 나서고 있습니다. 섬에다 경관조명을 설치하겠다는 것이죠. 저 멀리 밤에 신비롭게 떠오르는 다섯개의 섬. 베란다에 앉아 칠레산 와인 한 잔에 브리치즈를 곁들여서 어서와 오륙도는 처음이지? 오륙도 코 앞에 있는 고층건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부산시에 조명설치를 건의하고 있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그럴듯 하네요.
다음은 19일 오전에 부산시청에서 있었던 오륙도 경관조명 설치건과 관련한 전문가 토론회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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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석 부발연 선임연구원(해양관광) : 오륙도는 부산의 입구. 헌데 지금은 그 타이틀을 ‘오륙도 SK뷰’에 빼앗긴 상태. 경관조명 설치와 같은 시도를 통해 오륙도를 명실상부한 부산의 입구로 돌려놓는 작업이 필요하다.
김종현 NAT대표(육상생태) : 경광조명 설치로 인해 잃는 것과 얻는 것은 분명하다. 야간에 오륙도를 볼 수 있게 된다면 그 곳에서 매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중간은 없다.
고경주 (주)크리룩스 대표(조명설비) : 비용대비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부산시 전체의 경관조명에 대한 큰 틀의 계획이 필요하다. 그 틀 안에서 오륙도 경관조명도 고려해야 할 듯.
권지성 (주)하이플랜 대표(조명디자인) : 기술이 충분하니 잘만하면 생태계 피해 최소화 할 수 있다.
박율 동의대학교 교수(건축환경) : 비용대비 효과가 문제. 얻는 것에 비해 생태적 피해가 더 클 것이다. 유지관리비도 문제. 관광객 증가 정도도 예상할 수 없다.
문성기 경성대학교 교수(생물학) : 굳이 경관조명이여야 하는가? 오륙도를 알릴 다른 좋은 방법은 없는가?
이동우 국립수산과학원 과장(수산자원) : 광공해, 빛공해로 인한 생물피해는 의외로 크다. 오히려 경관조명이 오륙도의 평판을 떨어트릴 위험이 있다. 유명무실하긴 하지만 오륙도가 해양보호구역임을 기억하자. 외국의 국립공원관리 원칙은 무개입, 무간섭이다.
최수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환경운동) : 현행 문화재보호법대로라면 오륙도에 경관조명 설치는 불가능하다. 얼마전 불법포획되어 돌고래쇼에 이용되던 남방큰돌고래의 자연방사가 결정되었다. 돌고래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면서 돌고래쇼를 할 수 있었다면 자연방사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최소화’라는 말은 인간이 듣기에 편한 말일 뿐이다.
박재혁 부산시 문화재 연구관 : 문화재보호법은 현상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한다.
김형찬 부산시 도시경관 과장(경관조명) : 오륙도에 경관조명설치를 요구하는 남구주민들의 민원이 계속해서 들어온다. 부산의 관광 인프라 발전을 위해서라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윤석홍 부산지방해양항만청 : 선박운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대의 불빛을 교란할 위험이 있다. 지난 겨울 잠깐동안 오륙도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된 적이 있다. 그로 인한 혼란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조명과 관련한 사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