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세계습지의 날을 맞아 “낙동강하구의 회생을 기원하는 을숙도 문화제”를 가졌습니다.
몇일 포근하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행사장을 찾으시는 여러 낙동강하구살릭기시민연대분들과 시민들이 고생하실까보 걱정이었습니다. 2부 행사식전에 포구나무어린이집의 어린 친구들이 을숙도의 고니가 만나고 싶어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와서 너무 가슴이 찡했습니다.
1부는 식전 행사로 을숙도 겨울새 탐조
2부는 시낭송과 자연에 보내는 작은 음악, 미래 세대들이 현세대에 전하는 편지글 낭송,
1. 조무호 선생님의 동시
꼬막 살이 할아버지
-명지갯벌에서 조무호
밥상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어린 새들 둘러앉은 모래톱늦은 저녁밥을 안치듯이
밀물이 자작자작
마음 바삐 돌아오면
바다로 나갔던 어미새보다
저녁별이 먼저 내려앉고
꼬막 캐는 할아버지
갯내 묻은 장화에도
저문 하루가 질벅거린다.
해가 갈수록
가벼워지는 꼬막 바구니엔
갯바람만 숭숭 들어차고
고삐 묶인 나룻배에
걸터앉은 할아버지
오래도록 연탄 화로에
젖은 별을 굽는다.
*명지갯벌 : 낙동강 하구 을숙도 남단에 있는 갯벌, 녹산 국가산업단지와 주거단지 조성사업으로 메워서 갯벌이 줄어들었다.
2. 유영주선생님의 오카리나연주
3. 조향미 선생님의 시
을숙도
조향미
여기는 시였다
붉은석양과 갈대, 강물과 새들
장작불 이글이글 타오르던 푸근한 주막
처음 시를 배우던 청년들은
성지 순례자처럼 을숙도를 찾았다
을숙도를 거치지 않고 시인이 되는 이는 없었다
을숙도는 거닐고 머무러며 바라보는 장소였다
시인은 모름지기 거니는 자, 바라보는 자이므로
이곳에선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었다
한 줄 시를 가슴에 품지 않고
을숙도를 떠나는 청년은 없었다
여기는 사랑이 있었다
처음 사랑을 시작한 젊은이들은
예법인양 을숙도를 찾았다
바람 부는 강가에서
연인의 손을 잡지 않고는 사랑이 시작되지 않았다
강물처럼 깊어지는 연인의 눈빛에
매혹되지 않는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연인들은 마땅히 손잡고 거닐어야 한다
새들도 내려앉지 못하는 콘크리트 다리 위에선
어떤 사랑도 둥지를 틀 수 없다
마음에 물기가 없는 자는 시인이 아니다
슬픔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할 수 없다
습지가 없이 갈대가 없이
마침내 새들도 가라진 뒤
시도 사랑도 백지처럼 말라버릴 수밖에 없다
습지를 메우고 강을 가두고
배는 묶여 녹슬어 가고 노는 벌서 잃어버리고
우리 얻은 것은 맹목적인 질주 혼을 놓아버린 경주뿐.
마침내 사람들은 달리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일터에서도 달리고 쉼터에서도 달린다
유행처럼 마라톤이 번진다 마라톤은 이 시대의 상징이다
나는 거닐고 싶다 머물러서 오래 바라보고 싶다
갈대와 함께 흔들리며 강물 소리를 듣고 싶다
새처럼 끼룩끼룩 울고 싶다, 노래하고 싶다
여기 을숙도,
먼 길 돌아와 연인의 품에서 사랑을 하고 싶다
한 줄 뜨거운 시를 쓰고 싶다
4. 어른들에게 보내는 편지 1 – 홍수민
안녕하십니까?
저는 연천초등학교 3학년 홍수민 입니다.
저는 이곳 을숙도에 여러 번 왔습니다.
몇해전에 이곳을 철새들의 땅이라고 이름 붙여주는 행사도 했고 그 후에도 철새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행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어쩌면 이곳으로 큰다리가 세워질지도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해마다 이곳을 찾아오는 고니등의 많은 철새들이 다른곳으로 가 버릴지도 모른다고 하였습
저는 사람들만 편하게 살기 위해서 다른 동믈들을 못살게 구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생명도 우리의 생명과 같이 소중하기 때문 입니다. 비록 말은 우리와 다르지만 가족들끼리 정답게 노는 고니들을 보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며칠전에 아버지께서 지율스님을 만나고 오셔서 엄마와 나누시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바삭 마른 스님을 보았습니다. 몇년전에 형진이 집에서 만났던 스님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무섭고 불쌍했지만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은 훌륭하다고 생각 합니다. 빨리 나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될까 하고 생각해 보곤 합니다.
지율스님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어떤 사람이 되든지 나의 이득을 위해서 다른사람이나 생물들의 모습을 부수는 사람은 되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5. 어른들에게 보내는 편지 2 – 손채연
어른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포구나무 어린이집에 다니는 궁금이반 손채연이예요.
올해 8살이 되었어요. 봄이 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돼요. 그래서 지금 기대가 많이 돼요. 그런데 을숙도에 사는 생명들은 어떤 기대를 할까요? 커다란 고니와 오리들도 봄이 되면 저 멀리 북쪽으로 갔다가 다음 겨울에 또 올건 데, 그때 을숙도에서 쉴수 있을까요?
저는 엄마랑 써니랑 또 다른 언니, 오빠들이랑 을숙도에 여러 번 왔어요. 새들도 많이 보고, 커다란 말똥게도 보고, 민달팽이 짝짓기 하는 것도 봐서 참 좋았어요. 여름엔 시멘트 물길 안에 가득 차있던 말똥게를 보고 너무 놀라서 쫒아 다닌 적도 있는데, 가을에 오니 한 마리도 없었어요. 큰 다리 공사를 하느라 말똥게가 싫어하는 일을 하니까 사라져 버렸나 봐요.
우리는 지구에 사는 온 생명이 다 소중하다고 배웠어요. 그래서 작은 생명들도 잘 살도록 도와주고 괴롭히면 안 되는걸 알아요.
그런데 어른들 중에는 그걸 모르는 분들이 많은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