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게 나마 시간을 내어 소감을 적어봅니다. 명지대교 건설 관련 공개 토론회 참가기 1. 17일 거센 바람을 동반한 비가 내렸다. 17일 저녁부터 내린다는 일기예보는 적중했고 비바람의 기세로 봐서 18일에도 비가 올 것만 같았다. 17일 저녁같은 비라면 18일 열릴 ‘명지대교 건설 관련 공개 토론회’에 많은 사람들이 오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8일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고 비갠 뒤 날씨는 매우 화창하다 못해 눈부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눈부신 햇살은 토론회 내내 나의 이마를 ‘짖눌렸고’ 돌아오는 도시의 빌딩 속에서 나는 ‘한낮의 뜨거운 더위’에 취해 있었다. 2. 10시 토론회 풍경은 나의 예상을 벗어나 있었다. 소수의 참여자와 열띤 토론을 예상하였으나 토론회 참여자는 대략 100여명은 되어 보였고 토론자들은 10명이나 되었다. 나는 맨 뒷 자석 자리에 앉아 부산시 관계자의 명지대교 건설과 관련된 ‘간곡한’ 호소를 들었다. 그리고 박종록 습지와 새들의 친구 운영위원장의 모두발언을 들었다. 준비를 많이 한 듯 자료와 호소에 힘이 들어있었다. 나는 모두발언이 끝나자 힘차게 박수를 쳤는데. 이런… 나만 박수를 치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학생 같아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명지대교 건설 반대를 위해 참여한 사람들일 것이라고 처음부터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토론회가 어떻게 흘려갈지 감을 잡아 버렸다. 100여명 중에 명지대교 건설 반대자는 어림잡아 10여명을 넘지 않을 것이며 토론회 분위기는 갈수록 일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것. 갑자기 앞에 덩치 큰 사내의 머리가 벽처럼 보이고 그가 하는 핸드폰 오락이 괘심한 생각이 들었다. 뒤에서는 정리를 맞고 있는 듯한 40대 중반의 아주머니의 “저 사람은 왜왔데..”등등 가끔씩 내뱉는 소리는 토론회 내내 귓속을 때렸다. 3. 부산개발연구원은 부산시의 개발정책에 올인 한 그 기조 그대로 충실히 명지대교건설을 주창하였고 그 외 찬성론자들도 이구동성으로 명지대교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논리도 필요 없고 연구도 필요 없었다. 오로지 낙동강 유역 시민들의 생존을 볼모로 한 동원과 개발, 그리고 밀어붙이기만이 난무하였다. 토론이 진행될수록 궤도는 점점 이탈해 갔다. 토론의 핵심은 ‘명지대교 건설의 타당성 여부와 을숙도 생태 보전’이었다. 그러나 토론은 ‘교량건설과 서부산권 발전, 그리고 부산시의 성장계획의 일부’라는 찬성론자들의 희한한 논리 전개와 그들이 근거로 삼고 있는 명지대교 건설과 관련한 경제적 효과조차도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체 토론은 희화화되어 갔다. 일예로 1999년 신호공단 녹산공단 입주율이 60% 정도일 때와 현재 입주율 90% 이상일 때의 교통량을 비교해보면 당연히 늘어야 할 교통량이 오히려 많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통행량에 대한 부산시의 예측은 엉터리가 된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명지대교 건설과 관련한 부산시의 엉터리 근거 제시는 계속되었고 찬성론자들의 분위기 ‘몰아가기’는 그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혹여 ‘(건설할 필요 없다는 것이 맞을 지라도) 이제 와서 되돌릴 수는 없다.’ 는 그릇된 마음을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찌 되었던 이 날 토론회는 찬성론자들의 ‘선 건설 후 을숙도 생태보전’이라는 (부도 날) 어음을 선심 쓰듯 남발하는 가운데 마무리 되었다. 4. 나는 지금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습지와 관련하여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내릴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낙동강의 생태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 선 개발 논리를 받아들인다며 ‘개발에 동의해주는’ 기관으로 전락하여 그 존재근거를 스스로 상실하는 일을 저지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환경을 위한 결정을 할 수 없다면, 환경파괴를 개발론자와 합의 해주는 기관이라면 그런 기관은 환경을 보호하는 기관이 아닌 것이다. 5. 부산시는 녹산 신호 지역의 시민들의 생존권을 책임져야 한다. 부산시는 낙동강 수질오염과 난개발, 그리고 하구둑 건설과 최근의 신호공단과 녹산공단을 조성하면서 어민과 농민들의 생존의 터전을 빼앗았고 이에 따라 이들은 어려운 생계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지만 부산시는 이에 대한 생존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여 왔다. 이런 가운데 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릴 수 없는 어민들과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릴 수 없는 농민들은 자신들에 대한 생존적 책임을 지지 않고 생존의 터전을 빼앗은 부산시에 다시금 현혹되어 지역개발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게된 것이다. 부산시와 개발론자들은 이들을 부추겨 다시금 스스로 자신의 터전을 황폐화시키라고 하면서 지역민을 기망하고 결과적으로 소수의 개발자에게 개발이익을 넘기려는 못된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민자 개발과 민자에 대한 장기적인 이익보장은, 부산시가 주장하는 바인 민자유치라는 유치성과가 아니라 오히려 민간개발 자본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대변해주고 있다. 6. 부산시와 건설론자들은 명지대교 건설의 경제적 효과조차도 분명히 제시하지 못한 체 환경적, 문화적, 사회적, 선진적 의식 등의 소중한 가치이자 분명한 가치를 부정하고 있다. ‘선진화’라는 구호속에 선진화의 3개 요체인 역사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 경제적 측면 중 역사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을 외면하고 경제적 측면 중에서도 그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또는 난개발일 수 있는 명지대교를 건설하려는 것은 반시대적인 행태이자 선진화에 대한 후안무치이다. 나는 부산시가 깨끗한 거리 운운하며 생계형 노점상을 단속하거나 거리 노숙인을 부랑인 수용소에 유인하려는 거리 청결운동 등으로 시민을 전시행정의 감옥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의식 수준을 높이고 역사가 살아 숨쉬는 문화적 유산을 보전하고 확대하여 후세에 남기기를 바란다. 2005. 5. 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