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짚을 이용한 놀이

2004년 10월 5일 | 활동소식
















▣ 볏짚을 이용한 농경도구 등

  벼를 베어 수확이 끝나면 수확된 볏단을 개상(통나무 몇 개를 엮은 것)에 태질하여 곡식을 떨어 내고 떨어 낸 벼는 매통에 갈아 곁겨(왕겨)를 벗겨 놓는다. 속겨가 붙은 채인 매조미(현미)는 방아(디딜방아, 물방아, 물레방아, 연자매 등)로 찧어 백미를 만든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볏짚, 왕겨, 속겨, 쭉정이 등이 부산물로 나온다. 이 부산물들은 열에너지로 사용되어 군불을 때거나 밥짓는 데 쓰이며 남은 재는 재거름으로 쓸 수 있다. 이중에서 속겨는 가축의 사료도 되지만 기름(미강유)을 짜는 원료도 된다. 짚도 소·말의 먹이로 쌀겨와 같이 잘 사용하여 왔지만 생산이 많은 이 볏짚은 새끼를 꼬고, 멍석을 만들며 짚신을 짤 뿐 아니라 지붕을 잇고 섬과 멱서리 등 여러 가지 용기(容器)를 만들었다. 볏짚으로 만드는 물건들을 분류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거적

새끼줄과 함께 짚 제품의 기본재료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거적이다. 짚을 두툼하게 엮거나 또는 새끼로 날을 하여 짚으로 치거나 하여 자리처럼 만든 물건이며 허드레로 자리 대신에 쓰며 집밖에 쌓은 물건을 덮기도 하고, 엮은 것으로는 섬을 만들고 친 것으로는 가마니를 만드는 데 쓴다.

그릇

섬과 멱서리 이외에 볏짚을 엮거나 짜서 만든 용기류가 대소(大小)와 형태를 달리하여 다종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거두어 들인 농작물, 재, 종자, 농기구, 기타 잡물들을 운반, 보관, 저장하는 그릇이다. 씨앗을 담아 두는 종다래끼는 대나무로도 만들지만 촘촘히 짠 볏짚 종다래끼는 종자보관용, 파종용, 비료 뿌리기 등으로 쓰이며 병 모양 바구니 모양에 크기도 여러 가지이고 휴대와 작업에 편리하게 끈 달린 것도 있다. 역시 휴대하기 편리한 대래끼(목화다래끼), 망태기(낫망태, 연장망태, 나뭇잎망태 등), 멱동구미(짚을 둥글게 엮되 울이 깊고 밑바닥이 있게 만들어 곡식을 담는데 씀) 등이 있다. 짚제품 용기로 큰 것에 짚독이 있는데 두섬들이와 석섬들이 등이 있다 하며 또 습기 차지 않게 겹으로 엮어 뚜껑까지 한 것도 있다 한다. 재를 운반하는 볏짚삼태기도 있다. 볏짚을 길게 묶되 중간을 동인 것을 꾸러미라고 하는데 지금도 가게에서 볼 수 있는 달걀꾸러미가 그 예인데 이와 비슷하게 엉성하게 만든 휴대용(또는 걸어 놓아 보관용으로 씀) 용기로 오쟁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깨, 메밀, 고추 같은 것을 넣고 다니거나 보관하는 데 썼다. 짚이나 대싸리로 바구니 비스름하게 만든 그릇도 있어 큰 것은 둥주리라고 한다. 닭이 들어가는 닭둥우리도 있다.

메주끈

앞에서도 설명이 나온 짚주저리는 그릇을 덮는 데 쓰고, 벌통(재래종 벌의 집) 덮는 데도 쓴다. 또 짚만으로 매다는 끈으로 메주끈이 있다. 메주끈의 지푸라기는 발효에 필요한 균(고초균)의 공급원도 되는 것이다.

새끼줄

짚으로 꼰 줄을 새끼라 하며 물건을 묶거나, 잇거나, 줄을 치거나 하기도 하지만 다른 모든 짚 제품의 원료도 되고 주요 구조가 되는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굵기에 따라서는 줄다리기나 기타 민속놀이에 쓰는 굵은 동아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새끼를 원료로 하거나 이것이 들어가는 물품들은 따로 살펴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새끼의 특수 용도의 예를 몇 가지 들기로 한다.

인줄 / 금줄

집문에나 길어구에 부정과 악귀를 막기 위하여 가로 매달거나 가로치는 새끼줄이 있었다. 즉 마마(천연두)나 홍역 같은 돌림병이 있을 때 그리고 애기를 난 집문턱에 거는 금줄에는 애기의 성별에 따라 새끼에 끼는 심벌이 달랐다. 남아인 경우에는 고추를 달고 여아인 때는 솔잎과 숯을 끼었다.

장독에 치는 금줄

장독 위 언저리에 인줄을 매고 백지종이 조각을 끼고 그 아래에는 백지를 오려 버선모양으로 하여 붙였다. 그런데 이들 인줄은 왼쪽으로 꼬은 새끼줄이어야 하는데 이는 귀신을 물리치는 방위가 왼쪽이라는 신앙체계에 의한 것이라고도 한다. 왼쪽으로 새끼를 꼬아 쓰는 예가 일본에도 있는데 시메나와라 하여 신전(神前) 또는 정월에 대문에 치는 것으로 역시 부정(不淨)을 막는 것이다.

민간의 셈법

80여 년 전까지도 전남 장성지방의 농가에서 사용하였다는 결승법(結繩法)이다. 즉 새끼줄에 매듭을 만들어 수를 표시하는 것이다.




곡식을 담아 두는 용기를 일컫고, 그 예를 들어 보겠다.



짚으로 거칠게 쳐서 엮어 만든 커다란 것을 섬이라 하는데 한자로는 苦(섬섬, 거적섬)이라는 글자를 썼다. 『농사직설』에서는 공석(空石)이라는 말을 썼는데 곡식을 담은 섬(석[石])을 비워 놓은 주머니라는 뜻이다. 섬은 곡식을 넣는 용기의 뜻에서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도 되었다. 최치원의 「숭복사비(崇福寺碑)」에 “벼쌀을 이천섬(二千苦) 주었다.”는 구절이 있어 신라 때 이미 섬을 곡식용량 단위로 썼음을 알 수 있고 이는 이천석(二千石)에 해당하는 것으로 15두(斗)가 1석(石)이 되며 한 섬이라는 것이다. 현재 쓰는 단위는 대두 10두(斗)에 해당하며 180리터들이이다.

멱서리

짚으로 날을 촘촘히 속으로 넣고 만든 것으로 멱드리, 멱자 등 여러 방언이 있다. 멱서리와 비슷한 것으로 얼마 전까지도 쌀포장으로 많이 썼던 쌀가마니가 있었는데 이것은 일본의 ‘가마스’가 일정시대를 통하여 우리 땅에 많이 보급되었던 것이다. 가마니 수효를 따지는 데는 ‘가마’라는 단위를 쓰는데 한 가마는 소두 10말에 해당한다. 가마니는 섬과 멱서리를 구축라고 곡식은 물론 소금, 석탄, 광석, 메주 등을 담아 운반하는 데 많이 썼다.

다와라

일본에 한국의 섬과 비슷한 ‘다와라’라는 것이 있어 한자로는 표(俵)라는 글자를 쓰는데 한자사전에는 ‘나누어 줄표’로 되어 있다. 옛날 중국에서 소금을 넣어 나누어 주었다는 고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소금섬 같은 것으로 사용한 모양이다. 일본에서도 곡식, 소금, 숯 등을 담아 쓰는데 한국에서도 숯섬으로 사용하는 수가 있다. 『월여농가』라는 농서에서 표(俵)는 왜인이 우리의 공석(섬)을 일컫는 것이라 하며 우리의 섬을 이 글자로 나타냈다.


신앙용

집터를 지켜 주는 택지신(宅地神)으로 한국 중부지방에서는 장독대의 단지에 낟알을 넣고 짚주저리(볏짚으로 우산처럼 만든 것)를 씌우고 터줏대감이라고 흔히 호칭한다. 또는 오쟁이 안에 베 석 자와 짚신들을 넣어 달아 두고 위하여, 혹은 추수가 끝났을 때 햇짚으로 정성스럽게 모시고 고사를 지낸다고 한다. 짚으로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음력 정월 14일 저녁에 제웅직성(아홉직성 중 흉한 것으로 9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데 사내는 열 살에 여자는 열한 살에 처음으로 듦)이 된 사람의 옷을 입히고 푼돈을 넣어 길가에 내 버리거나 “제웅이나…..를 주십쇼”하고 다니는 아이들에게 주었다. 앞에서도 둥우리와 둥주리 이야기가 나왔지만 크게 만든 것은 추울 때 밖을 지킬 때 사람이 들어앉기도 하고 말등에 얹어 사람이 타고 들어앉게도 하였는데 “짚둥우리 태운다”하면 잘못한 수령이 백성들에게 쫓겨간다는 뜻이 되는데 짚둥우리에는 상제나 죄인이 타는 것이라 하였다.

자리류

보통 자리라고 하면 사람이 앉거나 눕도록 바닥에 까는 장방형의 물건으로 왕골, 부들, 갈대 등으로 짠 것으로 큰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