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장수의 거짓말

2004년 5월 10일 | 활동소식









약장수의 거짓말   – 황 대 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약장수의 상술이 교묘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혹시나 하고 늘 속는다.
약의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는 써보면 아니까 오랫동안 속여먹기가 곤란하다.  약 제조업자들이 진짜로 속여먹는 부분은 약의 부작용이다.
약의 사용으로 인해 어떤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다른 탓으로 돌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약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인체는 물론 지구 생태계에 가장 큰 위해를 끼치는 약은 엄청난 양을 무차별로 뿌려대는 농약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농약을 많이 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농약을 많이 치는 만큼 그로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 연구기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농민 중 4명에 1명은 농약에 대해 중증 중독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잔류농약 피해 역시 제대로 조사된 것이 없기는 마찬가지이지만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만성적인 고질병의 대부분이 화학물질에 오염된 식품을 오랫동안 섭취한 결과라는 연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렇게 위험하기 때문에 농약을 팔아먹으려면 고도의 판매전략이 필요하다.
영국에 있는 세계 최대의 농약회사인 신젠타 홍보실. 심각한 잔류독성으로 인해지금은 생산하지 않지만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디디티(DDT)와 유명한 제초제인2-4디(D)가 이 회사 제품이다.
영국 유수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홍보위원이 차트와 영상물을 보여주며 자사 농약의 우수성을 설명한다.
  “화학적으로 볼 때 인간의 몸은 온갖 화학물질이 상호작용하는 화학공장과도 같습니다.
  농약 역시 화학물질의 하나지만 성분의 99%가 자연 속에 존재하는 물질로 되어있습니다.
  인공으로 만든 화학물질은 겨우 0.01%에 지나지 않습니다.
  화학공장에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이 들어가 반응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사용법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 입니다.
  사용법만 잘 지키면 우리 회사 제품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물질입니다.
  농약 중독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농약에 의한 사고는 우리들이 일상에서 겪고 있는 교통사고와
  여러가지 스트레스에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농약잔류물 문제도 전혀 걱정할 수준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식품 위에 기어다니는 바퀴벌레 한 마리가 옮기는 병균에 의한 피해가 수십 배 더
  큽니다. 우리 회사제품의 특징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첫째 안전하다는 것과, 둘째 원하는 것만
  선택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잔류효과가 극히 짧다는 것입니다.”
설명을 자꾸 듣다보니 아예 농약병을 들고 건강음료처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실 농민들은 경험에 의존하여 약을 치지 사용법 그대로 치는 경우는 드물다.
눈앞에 피해상황이 심하다 싶으면 자연적으로 약을 더 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문제는 이 회사가 단지 농약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자에서부터 유전자 조작식품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제품은거의 모두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농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종자를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농민들을 이중으로 옭아맨다.
농민들이 그 종자를 선택하는 이유는 수확량이 좋다는 이유 하나인데 그래봐야 농약과 비료, 종자 값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일단 이들이 생산하는 제품들을 사용하게 되면 농약이 일반화되기 전에 행하던 유기농업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불행이다.
이는 마치 빚을 진 사람이 빚을 갚기 위해 또 빚을 지는 것과 같다.
실제로 우리의 농민들은 그와 똑같은 상황에 빠져있다.
농민들의 처지야 어떻든지 간에 새로운 제품이 나오게 되면 이들은 또 다시 제품의 안전성과 탁월한 효과에 대해 입에 거품을 물고 선전할 것이다.
이 거대한 약장수들의 최종목표는 분명하다.
먹이사슬의 전 과정을 장악하여 실질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