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으로 짠 천성산- 그 산의 심장부로 향하는 한 비구니의 여정 ” 이라는 제목의 리타 테일러 교수님의 글이 독일 인지학회지에 실렸습니다.
일부 발췌-
삼보일배의 여정은 부산에서 시작하여 8일 만에 산에게 바친 회향식과 함께 천성산 화엄벌에서 끝났다. 그 분들이 이마를 땅에 대고 큰절을 할 때마다 그것은 땅에 대한 참회와 깊은 용서를 표현한 것이었다. 특히 약 6주간 날마다 삼천배를 계속한 뒤 바로 이 순례에 참석한 지율 스님을 비롯한 다른 모든 참가자들은 우리에게 이런 희생의 메시지를 전하였는데, 그것은 우리의 마음을 열어 ‘우주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그래서 땅의 아픔이 곧 우리의 아픔이라는 것을 인식하라는 것이었다.
비구니 스님들이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서 마치 물결치는 파도처럼 열지어 삼보일배하는 모습은 산자락의 능선과 계곡이 서로 굽이치며 솟았다 내려갔다 하면서 멀리 지평선까지 율동적으로 흐르는 모습과 비슷하였다.
나는 일본 선종의 유명한 도겐(道元) 스님이 자신의 책《산수경》에서 부처가 얘기한 오래된 지혜를 인용하면서 했던 신비로운 말이 생각났다. “저 푸른 산들이 늘상 걸어다니는구나.” 그리고 “너희들은 푸른 산이 걸어다니는 것과 너희들의 걸음을 잘 살펴보거라.” 삼보일배의 순례 그 자체가 이 나라의 비폭력과 이타적 저항운동의 역사에 길이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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