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반딧불이가 되어….

2003년 6월 4일 | 활동소식





세계 지도 속에 작은 점 하나, 한반도.
이곳 서해안에 세계 5대 습지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신이 내린 축복의 땅임을 말해준다.
수천 만년 동안 꾸준히 조성된 생명의 땅, 그 속에 온갖 보물들이 생명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전세계의 찬탄을 받으며 보호가치를 인정받던 이곳이 어느 날 정치적 야욕에 이용되면서, 해마다 버려지는 농촌의 땅들을 비웃기나 한 듯 새로운 농지조성을 위한 방조제 공사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너무 어의가 없다.
마치 우리들의 어머니가 그러하듯이 오로지 끝없는 먹을거리와 순박한 어민들의 삶의 터전을 제공해주고 수많은 생명체가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는 모태로서의 기능을 아낌없이 해왔던 고마운 땅.
그러나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 순간에도 갯벌은 우리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그대로 두라고만 할뿐이다. 무차별적 개발주의가 선진.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는 시대에 우리는 자연의 주인인양 자연을 엿바꿔먹었다.






돈과 명예, 권력이 우선인 세상에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려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세상은 훨씬 풍요롭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전북 부안에서 서울까지 310Km를 삼보일배로 수행하고 있는 성직자들이 있다. 무엇이 그들을 그리도 강하게 만들었을까?
오랜 기다림 끝에 삼보일배단이 서울에 입성하던 날, 그분들과 함께 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수경스님의 휠체어와 문규현신부님의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돌고 말문이 막혀 끝내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지열에도 아랑곳없이 연신 땅에 머리를 맞대는 분들, 앙상하게 남은 뼈와 까맣게 그을은 얼굴, 그리고 빗물처럼 쏟아지는 땀방울은 눈물과 섞여 내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지만 길게 이어진 참여자들에게는 오히려 더 큰 힘과 새만금에 대한 의지를 심어주는 듯 했다.
그분들의 힘을 빌어 스스로의 땅을 지키려는 갯벌에, 생명에 대한 약속과 작은 실천을 위해 부산에서도 5월 31일 서울일정과 때를 같이하여 부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월드컵의 열기처럼, 효순이미선이의 촛불처럼, 생명의 존엄성과 자연과의 상생을 위한 작은 반딧불이가 되고 싶다.

김검회 /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