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전국의 습지가 무차별적으로 파괴되고 있다. 무한한 자원을 가진 생태계의 보고로서 재인식되며 보전과 복원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의 흐름을 거슬러 유독 한국만이 정부 주도하에 철저히 파괴되고 있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이윤과 경제적 성장만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풍조는 국가가 법으로 보전을 의무화한 문화재 보호 구역도 예외로 두지 않는다.
하구둑 건설을 필두로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은 과거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에서 한국의 개발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선두주자이자 대표적 사례가 되어 버렸다. 국가가 법으로 보전을 천명하고, 가치를 인정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행태는 습지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낙동강 하구는 현재 보전과 개발의 두 가치가 양립한 것처럼 보이나 실제는 보전의 이름으로 개발이 정당화되고 국토 개발의 불가피성을 시민의 감정에 호소하는 면죄부가 되고 있을 뿐이다. 선언뿐인 낙동강 하구 보전을 넘어 녹산국가공단, 신호지방공단, 명지대교건설, 명지주거단지의 20층 고층화, 서부산권 개발계획 등이 중앙정부의 묵인과 지방자치단체의 추진 속에 구체화되고 있다. 을숙도 명지대교 건설은 바로 낙동강하구 생태계 종말의 시작을 알리는 예고된 환경재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동강하구는 여전히 국제적 중요 습지 기준(Ramsar Criteria)에 해당되는 세계적 습지이며, 209종의 조류의 월동지이자 중간기착지, 서식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살아있는 생태계이다. 이러한 놀라운 생명력으로 스스로를 치유하고 인간마저 포용하는 낙동강하구가 더 이상 파괴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현실적인 입장과 개발의 껍데기에 매달리는 대신, 을숙도를 관통하는 명지대교 건설계획은 물론 낙동강하구와 관련된 일체의 개발계획이 중단되도록 작고 미약한 힘이나마 지금 우리가 바로 시작하여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가 보전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시민과 함께 하는 습지운동의 미래를 제시하는 대안으로 낙동강하구는 되살아나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건강한 미래와 생명존중의 삶터를 남겨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