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의 네 번째 단식

2011년 12월 1일 | 보도자료/성명서




지율 스님의 네 번째 단식

지율 스님이 도롱뇽과 천성산의 이름으로 다시 네 번째의 단식을 벌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네 번에 걸쳐 무려 180여일의 단식을 연이어 해 오면서 그는 이미 몸의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미 네 사람의 성직자가 새만금을 지키기 위해 서울까지 삼보일배를 한 것처럼 환경과 생명에 대한 절박한 깨침이 성직자들을 중심으로 극한의 표현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새로운 흐름이다. 왜 환경생명 운동에 성직자들의 활동과 희생이 두드러지는 것일까?

평범한 우리 이웃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그리워하며 휴일이면 좋은 곳을 찾아 차량의 물결을 이루면서도 우리집 뒷산은 망가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잘살아야 한다는 압박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수많은 환경 파괴에 암묵적 지지를 보낸다. 십년 이상을 바라봐야 하는 환경보전과 눈앞의 손익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등잔 밑을 바라볼 여유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내게 직접적인 이익이 없더라도, 그 사업이 부실과 파행으로 진행됨을 알게 되더라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원칙이 무시되고 엄청난 파괴의 피해가 내게 되돌아오더라도 뭔가 좋겠지, 하며 막연한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 사랑과 평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수도자가 나서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이제 고속철도와 천성산이 관련된 소송 끝에 지율 스님은 경각에 놓인 숨줄을 잡고 다시 청와대 앞으로 갔다.

나라의 미래를 걸고 있다는 국책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고속철 터널공사 현장에서 계속 피해와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천성산 구간의 환경영향 평가가 엉터리라는 것을 온국민이 아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문제가 되는 구간에 대해 재검토를 벌여 진위를 밝히고 정말 문제가 있다면 대안을 찾을 뜻이 불행히도 없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전 공약은 모두 지킬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발뺌한 것은 넘겨버리더라도 청와대의 문재인 민정수석은 약속을 지켜달라는 스님의 단식을 “지킬테니 믿어달라”는 말로 두 번이나 중단시켰으며, 지금의 환경부 곽결호 장관은 스님의 단식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환경영향 재평가를 합의했다. 무엇보다 법원은 도롱뇽 재판에 대해 미래를 내다보는 역사의 현장이며 환경정의도 중요하다면서 재판 기간에 공사중지를 권고하고 환경영향 평가 재실시를 공언했다.

그러나 이런 약속들은 모두 휴짓조각이 되어 환경부는 갑자기 사흘 동안의 자체조사 뒤 문제없다고 선언했으며, 법원은 공사중지 가처분 사건에 대해 ‘공사 진행과 지율 스님의 모든 행동 중단’을 전제로 재조사를 조정안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청와대는 지금 침묵하고 있다.

이처럼 생명을 담보로 한 거듭된 약속이 철저히 외면되고 나라를 운영하는 위정자들이 원칙을 무시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지난 2년 동안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참여정부로부터 배신당한 지율 스님은 다시 단식으로 도롱뇽과 함께 청와대 앞에 섰다.

우리는 기어이 지율 스님의 희생을 지켜볼 것인가? 참여정부의 무수한 약속들은 한 비구니를 희생시킬지언정 거짓말로 끝나도 되는 것들인가? 그것에 답변해야 할 청와대 쪽에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지율 스님을 살리는 길은 수많은 풀씨들, 우리의 염원밖에 없어 보인다. 도롱뇽의 이름으로 모인 30만명의 목소리는 지금도 도롱뇽을 수놓으며 청와대 앞에서 법원 앞에서 전국의 광장에서 지율 스님과 함께하고 있다. 이 답답한 상황에서 30만명의 울림이 공명을 일으켜 지율 스님의 단식을 멈추게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목소리에 위정자들도 귀 기울여 원칙이 지켜지는 정의로운 정부, 백년을 내다보고 잠시 돌아갈 줄 아는 현명한 국책사업을 운영하기 바란다. 그것이 한사람의 살신성인보다 아름다운 우리가 바라는 사회정의이자 올바른 나라의 역사가 아니겠는가?

김은정 부산녹색연합 환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