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도착하고 아이들과 함께 방에 짐을 내리고 바로 박언주 교장선생님과 입학식을 했습니다.
날씨도 화창하고 학교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학교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온통 푸른 풍경과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대신에 새소리와 벌레소리 그리고 바람에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가 아이들을 먼저 반겼습니다. 그리고 사백이라 불리는 하얀 풍산개 한 마리도 반기더군요…..
입학식이 끝나고 점심을 먹는데, 조미료와 인스턴트에 길들려진 아이들은 우려했던 대로 밥을 많이 먹지 못하고 남기기도 했는데, 무서운 선생님(?)의 협박에 다 먹게 되어서 배고프진 않았을 겁니다.
약간의 휴식을 가지고 모둠별로 모여 모둠이름도 정하고 자기소개도 하고 모둠 친구들과 친목을 어느 정도 다진 후 교장선생님과 함께 갯벌 체험을 나섰습니다.
역시나 갯벌은 언제 보아도 수만은 생명이 넘쳐 장관을 이룹니다.
교장선생님의 말에 따라 조금이라도 갯벌생물이 발에 밟혀 다치지 않게 하려고 한 줄로 걷고 발자국 마다 조심스럽게 갯벌친구들이 놀라 달아나지 않게 거닐며 갯벌을 관찰하는 아이들의 눈은 이미 전문가수준이었습니다.
모두 같은 게들 인줄 알았는데 갯벌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게들이 산다는 것 자체도 놀라웠지만 그리 넓지 않은 이 갯벌에 정말 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산다는 것도 아이들에게 신기하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게들이 가까이 가기만 하면 모두 숨어버리기 때문에 망원경으로 게들이 먹이를 먹는 모습, 그리고 집을 파고 일광욕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자세히 볼 수 있게 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둘째 날 해가 밝았습니다.
밤늦게 까지 노느라고 피곤했을 텐데도 일찍 일어난 아이들이 뭐가 좋은지 학교 잔디로 덥힌 운동장에서 벌써부터 놀고 있습니다.
때를 놓칠 새라 한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요가로 몸을 풉니다. 저는 졸린 눈을 비비며 멀리서 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전 언제나 피곤합니다..
오늘은 숲을 먼저 갔습니다.
산에서 본 갯벌마을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온통 푸른색이고 풀내음과 시원한 공기….. 물론 좀 더웠습니다만…..
하천에서는 아침을 일찍 먹은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주먹밥을 싸갔는데 11시가 조금 넘으니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고 아이들은 벌써 배고프다고 아우성입니다.
12시 정도에 주먹밥을 먹었는데 한 공기정도 되는 양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남은 주먹밥에 눈독을 들입니다.
아마 이렇게 맛있게 밥을 먹어보긴 처음인 아이들도 있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해수욕장은 언제 가도 신나는 곳입니다.
신나게 해수욕도 즐기고 운영위원들이 가지고온 과일을 먹고 노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다소 빡빡한 일정이라 아이들도 약간은 지친기색이 보입니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하이라이트, 귀신놀이가 기다리고 있기에 아이들은 아직 긴장을 늦추지 않습니다.
밤이 깊어오고 으슥한 2층 교실로 출발하기 전 화장실을 몇 번 갔다가 온 친구들도 보입니다.
2층에서 놀란 아이들이 다시 밑으로 내려오면서 하는 말은 모두 한결같이 “에이, 시시해”, 특히 많이 놀라고 혼자 가기 무서워 마지막에 올라간 녀석들일수록 내려올 땐 정말 의기양양합니다.
그 중 제일 시끄러운 녀석…. 누군지 말 안합니다.
세쨋 날, 저는 역시나 피곤합니다.
but, 아이들은 정말 피곤을 모르는지 일찍 일어나 있습니다.
그런데 숲 산책 가야하는데 비가 옵니다.
어쩔 수 없이 숲에서 하기로 한 손수건염색은 강당에서 잎을 따와서 하기로 했습니다.
손수건 밑에 잎을 대고 문질러서 예쁘게 모양을 내는데 쉽진 않더군요.
특히 자리공 열매는 정말 염색이 잘되었습니다.
내 손수건엔 나뭇잎으로 노루를 염색했는데 소 한 마리가 자리 잡고 있더군요.
아이들이 저마다 정성을 다해 예쁘게 꾸미는 모습이 정말 진진해보였습니다.
자기가 직접 물들인 손수건을 보며 좋아하는 모습이 역시 아이들은 순수 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젠 모든 일정이 끝나고 저마다의 느낌을 가슴에 담고 집으로 가야 할 시간입니다.
아이들이 자연학교를 통해 무엇을 그리고 얼마나 느꼈는지 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공부보다 아직은 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아이들이 자연에서 더 뛰어놀게 해야 했는데 어른의 생각으로 아이들을 생각한 까닭에 그러지를 못해 못내 마음이 허전합니다.